이제 막 꿈이 시작되려는 찰라 익숙하지만 또한 낯선 듯도 싶은 소리에 자꾸만 무겁게 내려앉기만 하는 눈꺼풀이 모래라도 삼킨 듯 꺼끌거리며 안쪽이 따끔거린다.
“여보세요?”
= 잤어?
익숙하면서 또한 낯선 그것은 핸드폰 벨소리였고 침대 옆 협탁 위를 더듬거리던 손이 핸드폰을 귀로 가까이 가져왔더니 들리는 건 역시 익숙하면서 또 낯선 이의 음성이다. 친근하게 물어오는 말에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더라? 하면서 기억을 더듬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 막 잠들려고 했어”
= 에? 그럼 내가 깨운 거야?
“그래. 어디? 호텔이야? 또 불면증?”
= 그제 들어왔는데, 몰랐구나?
치이 하면서 바람 빠지듯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계속 잠속으로 빠져버릴까 말까 고민하던 게 한순간에 달아나 버렸다. 어디라고? 물으니 집! 하고 대답해 온다.
= 나 온 거 진짜 몰랐나봐?
“며칠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
= 나, 다시 갈까?
또 시작인가? 김동완식 시비걸기. 서운하면 그냥 서운하다고 말하면 되지 꼭 이렇게 나온다. 몇 해인데 이런 버릇은 왜 버리지도 않고 바꾸지도 않는지 모르겠다.
“넘어와라”
= 진짜?
“얼굴 좀 보게”
= 흐음
“뭐냐? 그 반응은?”
알았어!! 하면서 신나서 달려올 줄 알았더니 글쎄 라고 애매한 대답을 한 채로 가만히 있다.
“피곤하면 나중에 보고”
= 포기가 너무 빠른 거 아냐?
“이런 건 배려라고 하는 거야. 알았냐?”
= 니가 피곤한건 아니고?
“뭐, 그런가?”
= 이민우! 일주일 안 봤다고 이런 식이면 안 되지!!
발끈하는 녀석이 눈앞에 환영처럼 그려진다. 손만 뻗으면 잡힐 거 같아. 보고 싶어.
= 갈게
“어?”
= 간다고.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뭐가 어렵겠어. 이 몸이 가준다고
잠깐 환영에 시선이 뺏긴 사이 녀석과의 통화는 끊어진 채다. 뭐라고 한 거지? 통화버튼을 길게 눌러 다시 통화를 시도하는데 컬러링 소음만 계속 반복되고 있다. 받아라. 좀!!
금방이라도 기절할거 같던 잠은 녀석과의 짧은 입씨름으로 달아났고, 침대에서 일어서서 길게 몸을 늘인다. 관절 마디마디에서 소리가 나는 거 같다. 이놈은 대체 뭐하느라 전화를 안 받는 거야.
= 야! 나와
전화에 뜬 녀석의 이름을 보고 이걸 받아? 말아? 잠깐 고민하다 약 올릴 타이밍이 아니라서 통화버튼을 누르고 녀석의 목소리를 기다렸더니 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대뜸 한다는 말이 이렇다.
“어디라고 나오래”
= 너희 집 앞
“뭐?”
= 올라가기 귀찮아. 니가 내려와. 내가 여기까지 와줬잖아.
이러고선 또 전화가 뚝 끊긴다. 나도 귀찮은데, 그냥 올라오면 어때서 라고 궁시렁 거려봤자 녀석의 귀엔 들리지도 않을 거다.
샤워 후 그냥 마르게 두었던 머리라서 손에 집히는 대로 모자로 헝클어진 머리를 감추고 서둘러 녀석에게로 발걸음을 향한다. 심장이 멋대로 녀석에게 먼저 달음질치려고 한다.
가로등 아래 인적도 뜸한 벤치아래에 녀석이 보인다. 목을 이리저리 늘이는 모습이 피곤함이 역력하다. 저럴 거면 그냥 쉴 것이지 뭐하려 왔대.
“동완아”
불렀더니 동작이 잠깐 멈칫하는 듯 하더니, 몸을 획 돌린다.
“응. 여기!”
제 옆으로 오라는 신호로 벤치 빈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친다. 녀석에게 다가가는 내내 웃는 모양으로 깊게 휘어진 눈꼬리가 반가워서 녀석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싸서 쓸어본다. 내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그만 좀 웃어. 녀석이 비닐봉지 안을 부시럭 거리더니 캔 하나를 내민다. 재회했으니까 건배! 하면서 벌써 따서 마시고 있던 제 캔을 내 것에 부딪히곤 호록소리를 내며 마신다. 맥주도 아니고 콜라? 얘냐?
“민우야, 너 좀 마른거야?”
“그런가? 넌 좀 쪘냐?”
말 끝엔 웃어버렸는데 녀석이 입은 여전히 웃으면서도 눈 끝이 살짝 매워졌다. 농담이라고까지 했는데도 제 왼손에 감겨있던 손을 맵게 쳐낸다.
“사진......볼래?”
왠 사진? 하며 쳐다보는데 녀석이 옆에 두었던 가방 안을 주섬 거리며 카메라를 꺼내 전원을 켜서 내 앞으로 내민다.
“별로 많이 찍지는 못했어. 그냥 이것저것 다 풍경사진이지 모”
“이거 보여 주려고 온 거야?”
버튼을 이리저리 누르며 썩 훌륭한 구도로 찍힌 사진들을 감상하기 바쁜데 녀석이 한마디 한다.
“다음엔 같이 가자. 그래야겠어. 혼자 다니는 거 재미없더라.”
“.............그래”
“근데 너 뭐야. 이도령 서울 보낸 춘향이처럼 있는 줄 알고 왔더니, 뭐 멀쩡하네”
“누구더러 춘향이래. 멀쩡하지 그럼”
“아까......보고 싶다고 애절하게 불러놓고선”
아. 아까 그냥 생각으로 그친 게 아녔나? 결국 속마음을 얘기 했었구나. 민망함에 카메라를 녀석에게 돌려주고 나도 홀짝거리며 콜라를 조금씩 나눠서 입속으로 흘려보낸다.
“그랬나? 잘못 들은 거겠지”
“그래? 알았어. 나 그만 갈래”
“안 올라가고?”
“싫어”
“일주일 만인데?”
“그게 뭐? 갈래. 피곤해”
녀석이 아직 제법 많이 남은 콜라를 전부 화단에 쏟아 붓는다. 정말 갈 모양이다.
“가. 그럼. 나도 피곤해”
녀석의 움직임이 다시 멈칫한다.
“정말, 못됐어”
“......”
“보고 싶다며, 아까는 잘도 얘기하더니 왜......”
“봤으니까”
“괜히 왔어”
“......”
“......”
“니가 안 왔으면 내가 갔을 거야.”
“......기다렸어?”
카메라를 든 채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는 손을 잡아 분주하던 녀석의 시선을 내게 고정시킨다.
“보고 싶었으니까. 내내 그립다고 느꼈으니까”
“......응”
“역시 다음엔 함께 가는 게 좋겠어. 어디든”
한쪽 뺨을 감싸 안은 손을 녀석이 겹쳐 잡아오며 손 안쪽이 녀석의 따뜻한 숨소리로 가득 찬다.
“너여야만 해. 나 진짜, 너여야만 해. 민우야”
뺨을 감싸던 손이 녀석의 목뒤를 감싸고 내게로 당겨 안는다. 금세라도 닿을 듯 녀석의 입술이 가까이 있다.
“아! 우리 사진찍자. 자 웃어”
“야!”
“웃어. 웃으라고”
“너!!”
“찍는다아~”
찰칵~ 찰칵~ 찰칵~
역시....카메라본능 이민우....................
덧글
숏다리 2007/10/02 20:36 # 삭제 답글
엄훠나 엄훠나 엄훠나 엄훠나.....-///-머리속에선 이게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전 이게 얼마나 좋았던지 꿈에서까지 나왔답니다;
꿈에서 정말 그 장소에 가서 콜라병을 찾은..고런 요상한 꿈을 말예요;
난 원래 이런사람이 아닌데 날 점점 변태로 만들어 가고 있어 이사람들이!!...ㅠ
보쌈 2007/10/03 12:45 # 답글
숏다리님// 어머! 이거 현실이예요. 제가 봤다고요 ->이러고있다;;;;;;;;;꿈에 우동이 출연하셨다니......로또라도 사셔야죠 ㅠ^ㅠ
우동님들이 연애하시느라 바쁘신지....요즘 제 꿈엔 도통 출연을 안하고 계셔서.....뭐....혹시 모르죠. 꿈에 잠깐 출연했다가 갇혀버릴까 두려워서 그러신지도...._-_
우동땜에 전 점점 ㅂㅌ에 ㅁㅈ입니다. ㅠ0ㅠㅠㅠ
보쌈 2007/10/03 13:48 # 답글
자야지 -_-; 가 그냥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거.....정말 내가 막장인 탓? _-_
칼카 2007/10/03 17:01 # 삭제 답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1으어으어어어어어어어억!!!!!!!!!!!!!!!!이 오빠들이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바로 좋아 죽겠네!!!!!!!!!!!현상인가요...ㅠㅠㅠㅠ아이구...ㅠㅠ보쌈님글을 보고 더 불타오르는저...ㅠㅠ바로 바탕화면으로 지정하구요...ㅠㅠ이오빠가...ㅠㅠ이 오빠들이!ㅠㅠㅠㅠㅠ악..ㅠㅠ
karma 2007/10/04 18:06 # 답글
꺄아아아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랫만에 보는 보쌈님의 습작이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내용들하며!!어흑!!!ㅠㅁ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주좀 올려주세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프링글스 2007/10/04 23:19 # 삭제 답글
아 저 첨으로 글올리는건데요..^^;;괜찮을라나 모르겠네..사진도 첨보는거구 님 글도 오랜만에 보는거구..
근데.. 저 토끼처럼 생긴애 혼자 막 쑈하는애.. 나 주면 안될까요??
난 쟤 너무 좋은데..혼자 쓰러졌다가 막 돌다가..막 혼자 울다가..
나랑 비슷한듯..아.. 나 누굴까요?? 맞치면.. 상 주께요~~
보쌈 2007/10/05 09:53 # 답글
칼카님// 이분들이 진짜!! ㅠ0ㅠㅠㅠ 인거죠 ㅠ0ㅠㅠ 눈물을 빼곤 덧글을 표현할 수 없는 님의 마음....충분히 이해합니다. ㅠ0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쌈 2007/10/05 09:54 # 답글
카르마님// 자주 좀 인기척을 내주시던지...ㄱ-얼굴 잊어버리겠다니까.........ㅠ0ㅠ
보쌈 2007/10/05 09:56 # 답글
프링글스님// 지금 누구게~ 하는거 맞지? 나....알아요...당신 이름에 이니셜로 H가 3개 들어가는 쓰뤼에이취양 아니냐고..._-_문제가 너무 쉬운거 아니냐고. 날 넘 쉽게 보는거 아냐? ㄱ-
저 show를 하는 녀석을 달라고? 주는건 어렵지 않아....^^